만족. 나에게는 만족인데 다른 사람 눈에는 영 마뜩지 않을 때. 물론 내 만족이 가장 중요한 거지만 내 만족만 생각하며 살 수 없는 게 한국 사회인 것 같다.
여기 두 사람.
교환학생 가서 만난 미국 친구가 올 5월에 졸업을 하고 직장을 잡았다. 경제학과를 나오고 제2 외국어까지 하는데다 학교에서 이것 저것 활동도 많이 했던 친구다. 이런 친구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내가 살아온 환경대로, 그리고 지금도 그 속에서 빌빌대고 있는 한국사회의 방식대로는 저~~ㄹ대 만족할 수 없는 일을 하고있다. 뭐냐고?
자판기 관리다. 내가 얼마전까지 일주일에 몇 번씩 6층에서 마주쳤던 녹색옷 입은 분들의 일을, 대학 갓 졸업한 젊은 아가씨가 소다며 과자며 커피를 들고 다니면서 자판기를 채우는 일을 한다고 했다. 이 친구의 긍정적인 사고 방식은 알고 있었지만 우와..내가 따라갈 수 없는 여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판기마다 돌아다니면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는 게 즐겁단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건 기자가 되려는 나와 똑같은데..)
난 전혀 생각도 못한 일을 그 친구가 하고 있다고 해서 무척 놀랐다. 그야말로 '워~~워'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법한 일 아닌가! 내가 세상을 잘못 살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엔 상당수 한국인들의 반응이 저럴 것 같다. 대졸자가 환경미화원에 지원하는 일이 뉴스가 되는 사회에 살고 있지 않은가.
아무튼, 완전 존경의 마음이 팍팍 드는...그 친구 덕에 또 한 번 반성하고.

이번엔 또 다른 사람.
내가 중학교때부터 알고 지낸 선배고, 내가 아직까지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사람이 있다. 악바리 중에 이런 악바리가 없다고 할 정도로 질긴..사람이다. 그 사람의 사적인 이야기를 써도 될랑가 모르겠지만, 기왕 끄적대기로 마음 먹은 거.
이 양반, 대학을 3번이나 옮겼고, 4수생이다. 최종(현재까지)으로 안착한 곳은 S대 의대다. 고등학교때(같은 중고를 나왔음) 시를 쓰고 문학 동아리에도 들어있어서 난 이 사람이 글쓰는 직업을 가질 줄 알았다. 의대라니. 전혀 그 사람에게 매치해본 적 없는 분야였다. 흠..그런데, 이 선배는 지금 심각히 고민중이다. 4년을 의대에서 보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 적성은 아니라는 것이다. 뭔가 자기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 불편하다고 한다. 앞으로 몇 해는 더 이렇게 보내야 하고 군대도 가야 하는데, 그 긴 시간을 어떻게 적응하고 기다릴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 선배는 그래서 지금 이태껏 의대에서 보낸 4년을 접고 고시 준비를 할까 고민하고 있다. 물론 턱 된다는 보장도 없어서 쉽게 그쪽으로 방향을 틀지도 못하고 있다. 선배는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다. 친구들이 많은 사람인데도 혹 이런 얘기를 하면 가진 놈이 사치부린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조심스럽다고. (아,,우리는 언제나 남의 눈을 신경쓰고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평가하는 것에 신경쓰고 살아야 한단 말인가 ㅠㅠ)
다른 사람은 신경쓰지 말라고 말해주면서도 내가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만 해주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마음 불편하게 지내느니, 차라리 이상한 눈초리 한 번 받고 방향 전환하는 게 낫지 않나 싶었다. 뭐 당근 고시가 그 사람에게 맞는 옷인지는 모르겠지만..
얘기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 만족에서 시작했는데 이거야 원..
암튼 아무리 좋은 직업이고 앞날이 창창해 보이는 일이라도 내가 만족하지 못하면 사람은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일이라는 걸 왜 하는가. 돈 벌려고? 물론 돈은 벌어야지. 그래도 더 중요한 건 행복해지기 위한 거 아닌가? 만족하지 못하며 즐거워하지 못하며 일하는 건 노동이지. (노동이야기가 나왔군 ㅡㅡ;) 분명 일과 노동은 다르다.
남이 하찮게 생각하는 일도 즐거워하며 자신의 생활로 끌어들이는 사람과 남들 눈에는 대단해 보이는 일이지만 정작 자기는 별 만족을 느끼지 못해 머리를 싸매는 사람. 전자가 될 것인가 후자가 될 것인가. 난 지금 전자의 입장인가 후자의 입장인가.